
나의 영화 덕질의 역사는 토이스토리4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 토이스토리에 입덕한 이후로 보핍이 너무 갖고 싶어 검색해보면서 디즈니스토어의 보핍과 씽크웨이의 보핍이 가격과 퀄리티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포키도 라이프사이즈 피규어만 대여섯 가지나 되고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기능이 다 달라서 수집가들이 왜 똑같이 생긴 피규어를 많이 갖고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
원래도 맥시멀리스트인 인간이 굿즈에 입문하면 답이 없다. 미얀마 여행 때 조금 더 저렴한 항공편을 찾다가 상해를 경유하게 됐는데 경유의 피곤함 이런 건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체류시간이 길면 디즈니스토어를 더 구경할 수 있어서 오히려 넉넉하게 경유 시간을 준비해 가서 80%는 디즈니에 썼다. 15%는 훠궈였고 5% 정도는 와이탄이었다.
한국에서도 건대의 토이쩔어스나 이수의 러브마켓을 가끔 들락날락하다가 신상 토이샵이 홍대에 생긴 걸 보고 꽂혀서 왕복 3시간 거리를 알바하러 다니기도 했다. 관심이 가면 겉핥기라도 한 바퀴는 핥아봐야 하는 성격이어서 비공식 굿즈를 공동구매하려고 트위터 눈팅을 시작했고, 인스타 팔로잉리스트에 온오프라인 굿즈샵을 대거 추가했다.
귀여운 소품샵은 조금만 찾아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일본 애니가 아닌 디즈니 위주의 토이샵은 그닥 많지가 않다. 그런데 영화굿즈샵은 그것보다 더 없다. 디즈니를 제외한 영화굿즈도 구경해보고 싶어서 찾은 곳이 마포구의 씨네마포였는데, 씨네마포도 정말 귀중한 곳이지만 막상 가보니 내가 원하는 것과는 결이 조금 달랐다.
그러나 목마른 덕후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마침내 마이페이보릿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이 군산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마이페이보릿 하나를 위해 군산까지 갔다 오는 것은 아무리 즉흥적인 나라도 명분이 부족한 일이었다. 그까짓 거 만들어내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검색을 하다 보니 눈에 띈 것이 로컬라이즈 군산이었다.
로컬라이즈 군산에서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군산의 로컬 청년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로컬투어팀부터 특산물 브랜딩팀 등이 있었는데 로컬컨텐츠에 환장하는 나의 눈에 로컬라이즈는 노다지였고 입점 팀을 하나하나 구경해보니 더욱 관심이 갔다.
그중에서도 군산에 가게 된 두 번째 이유가 된 컨텐츠는 바로 로스트다. 한때 방탈출도 대강 핥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만든 야외 추리게임이라니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었다.
이 전에 덕수궁 일대에서 비슷한 컨텐츠인 리얼월드의 작전명 소원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의 가슴 찡하고 즐거웠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로스트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영화굿즈샵과 야외추리게임 때문에 군산에 가게 될 줄이야. 군산 하면 이성당과 철길마을밖에 모르던 사람은 이렇게 군산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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